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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는 비밀리에 구성된 특수부대원들이 실미도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극비 임무를 준비하고, 이후 국가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부담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극한 훈련을 견디며 강한 군인으로 변해가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중요한 질문은 이들이 임무를 성공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국가가 필요에 따라 만든 사람들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어디까지 버릴 수 있는가로 바뀝니다.

저에게 실미도는 영웅적인 특수부대 영화보다 훨씬 불편한 작품이었습니다. 명령을 내린 사람보다 명령에 따라 움직인 사람들이 더 큰 대가를 치르는 구조가 계속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선택권이 많지 않았던 사람들

실미도에 모인 대원들은 처음부터 명예로운 군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각자의 사정과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하나의 부대로 묶입니다.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회에는 분명한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개인의 삶보다 작전의 성공이 우선됩니다.

영화를 보며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 선택의 책임만 요구하는 것이 공정한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겉으로는 스스로 부대에 들어온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다른 삶을 선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면 그것을 완전한 자발적 선택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대원들의 과거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국가가 그들의 약한 위치를 이용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을 무기로 만드는 훈련의 불편함

훈련 과정에서 대원들은 끊임없이 한계를 시험받습니다. 개인의 감정과 두려움은 약점처럼 취급되고,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물론 극단적인 임무를 수행하려면 강한 훈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훈련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보다 사람에게서 개인성을 제거하는 과정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름과 과거보다 부대의 목적이 중요해지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인보다 강해야 한다는 규칙이 반복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들을 보며 조직이 사람에게 강해지라고 요구하는 것과 인간성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목표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 목표를 위해 사람을 소모품처럼 다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목적이 정의롭다는 이유만으로 과정까지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명령이 바뀌자 사람의 가치도 바뀌었다

대원들은 하나의 임무를 위해 오랜 시간 훈련받습니다. 그들에게 그 임무는 단순한 작전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에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과 상황이 달라지자 그동안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임무도 달라집니다. 문제는 임무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임무를 위해 만들어진 사람들의 자리까지 함께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조직의 판단이 바뀌었는데도 그 변화에 대한 책임은 현장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필요할 때는 국가를 위한 중요한 전력이라고 말하고, 필요가 사라지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된다면 처음부터 그들을 동료나 국민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는 배신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속인 사건보다 큽니다. 한 조직이 자신을 믿고 움직였던 사람들과의 약속을 상황에 따라 바꿔버린 사건에 가깝습니다.


명령에 따랐다는 말은 책임을 없애줄까

영화를 보며 계속 떠오른 질문은 명령을 받은 사람과 명령을 내린 사람의 책임은 어떻게 나눠야 하는가였습니다.

군대와 같은 조직에서는 개인이 모든 명령을 자신의 판단만으로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명령 체계가 무너지면 조직 자체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면 누군가는 그 명령의 정당성을 질문해야 합니다.

저라면 같은 상황에서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을지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거부하는 순간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면 판단은 훨씬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에 있던 개인에게만 영웅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시선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명령을 거부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은 맞지만, 애초에 그런 선택을 개인에게 떠넘긴 조직의 책임이 먼저 질문되어야 합니다.


대원들의 분노는 정당했을까

대원들이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선택하는 행동은 점점 과격해집니다. 그동안 받았던 억압과 두려움, 배신감이 한꺼번에 폭발합니다.

그들의 분노가 왜 생겼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의 원인이 정당하다고 해서 그 이후의 모든 행동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지점이 실미도를 단순한 희생자 이야기로만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국가에 의해 이용당한 사람들이 피해자라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이들을 완벽한 영웅으로만 만들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억울한 사람이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며, 극단적인 환경은 사람의 판단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감상

처음에는 실미도를 특수부대원들의 혹독한 훈련과 군사작전을 중심으로 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강한 남성 캐릭터와 훈련 장면, 조직 안에서 만들어지는 동료애가 중심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훈련보다 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권한을 거의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국가의 명령을 믿고 버틴 시간도, 임무를 위해 포기한 삶도 어느 순간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서 의미를 잃습니다. 대원들에게는 인생 전체가 걸린 일이었지만 결정권자에게는 변경할 수 있는 계획 중 하나였다는 차이가 냉혹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라면 오랫동안 하나의 목표만 믿고 버틴 뒤 갑자기 그 목표 자체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생각했습니다. 허탈함을 넘어 내 인생이 다른 사람의 필요에 따라 이용됐다는 분노가 생길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대원들의 모든 행동을 감정적으로 응원하는 것 역시 경계하게 됐습니다. 억울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분노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희생된다면 새로운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실미도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칭송하는 영화보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어디까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로 남았습니다.


국가를 위해서라는 말이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많은 결정은 국가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집니다. 그 명분은 매우 크기 때문에 개인의 생명이나 권리는 쉽게 뒤로 밀립니다.

하지만 국가를 지킨다는 목적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국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특정 개인을 인간이 아닌 도구처럼 대한다면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복종도 같은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복종을 애국심으로 받아들이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언제든 자신이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미도의 비극은 몇몇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기보다, 잘못된 결정이 내려졌을 때 이를 막거나 책임질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진 비극으로 보였습니다.


영화가 남긴 아쉬움과 비판

실미도는 폐쇄된 공간과 거친 훈련, 집단생활을 통해 대원들이 점차 하나의 부대로 변하는 과정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인물들의 절박함과 억울함을 관객이 쉽게 따라갈 수 있다는 것도 작품의 장점입니다.

반면 대원들의 비극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물은 개별적인 삶과 생각보다 집단의 분노를 보여주기 위한 역할에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각자가 왜 그곳에 들어왔고 어떤 미래를 원했는지를 조금 더 세밀하게 보여줬다면 마지막에 잃어버린 것이 단순한 목숨이 아니라 각자의 삶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크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훈련 장면 역시 폭력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강한 남성성이나 극한의 정신력을 강조하는 장면으로 소비될 위험이 있습니다. 폭력적인 훈련을 견딘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다면 영화가 비판하려는 구조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기관의 결정 과정이 상대적으로 멀리 존재하면서 책임의 주체가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국가가 버렸다’는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판단을 했으며, 왜 아무도 이를 막지 못했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이 조금 더 있었다면 비판의 깊이가 커졌을 것 같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영화적 각색과 실제 역사적 사실을 완전히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영화는 역사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영화 한 편이 사건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마무리

영화 실미도는 비밀 임무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부대원들이 혹독한 훈련을 견딘 뒤 국가의 정책 변화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버려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강한 훈련 장면과 비극적인 결말이 먼저 기억되기 쉽지만, 저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국가와 조직이 개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대원들의 선택을 모두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린 책임을 개인의 성격과 폭력성만으로 설명하는 것도 부족합니다.

저에게 실미도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가가 필요에 따라 만든 사람을 필요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버릴 때 어떤 비극이 시작되는지를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결국 가장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명령의 가장 아래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계획처럼 결정할 수 있었던 위치에 있던 사람들 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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