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수상한 그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이름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름보다 역할로 불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한다.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할머니,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사람.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내가 원래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삶을 꿈꿨는지는 뒤로 밀릴 수 있다.영화 《수상한 그녀》의 오말순을 보면서 내가 먼저 눈여겨본 것도 갑자기 젊어진 얼굴이 아니었다.스무 살의 몸을 얻은 뒤에야 비로소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그래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70대에서 20대로 나이가 바뀐 사건보다 오랫동안 가족의 역할 속에 있던 한 사람이 다시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등장..